한국의 상속·증여세 체계가 반세기 만에 근본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6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유산취득세 전환과 공제 체계 개편은, 기존의 유산세(estate tax) 방식에서 취득세(inheritance tax)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현행 최고세율 50%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률은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이러한 과중한 세부담이 부동산 자산의 세대간 이전을 구조적으로 왜곡시켜 왔습니다. 이 변화가 부동산 자산승계 전략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 이론적 배경과 제도적 함의

상속세 과세 방식은 크게 유산세(estate tax)와 유산취득세(inheritance tax)로 구분됩니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 총액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현재 한국과 미국, 영국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에 개별 과세하는 방식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 OECD 회원국 24개국18개국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25년 연구보고서 「상속세제 개편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전환은 세 가지 핵심 효과를 수반합니다. 첫째, 상속인별 누진세율 적용으로 동일 유산에 대한 실효세율이 하락합니다. 둘째,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세부담이 분산되어 공평과세 원칙에 부합합니다. 셋째, 피상속인 생전에 자산 분산을 유도하여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 목표에 기여합니다. 이는 과세 형평성 관점에서 국제적 기준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상속세 체계 비교 — 주요국의 제도 설계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주요국의 제도를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과세 방식 최고세율 기본공제(배우자) 특징
한국(현행) 유산세 50% 5억~30억 원 유산 총액 기준 과세
한국(개편안) 유산취득세 40~45% 확대 검토 중 취득분 기준 개별 과세
일본 유산취득세 55% 1.6억 엔 법정상속분 과세가액 방식
독일 유산취득세 30% 50만 유로 친족 등급별 차등 세율
프랑스 유산취득세 45% 비과세 배우자 상속 전액 비과세
미국 유산세 40% 1,361만 달러 초고액 공제로 실질 과세 대상 축소

독일의 상속세제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독일은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에 따라 세율 등급을 차등 적용하며, 사업용 자산에 대해서는 85~100%까지 감면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는 기업 연속성과 고용 유지라는 정책 목표를 세제에 반영한 결과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배우자 상속에 대한 전액 비과세 제도를 통해 생존 배우자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면서도, 직계비속에게는 최고 45%의 세율을 적용하여 세대간 부의 이전에 적절한 과세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국내 부동산 자산승계의 구조적 문제점

현행 유산세 체계 하에서 부동산 자산승계는 세 가지 구조적 왜곡을 겪어 왔습니다. 첫째, 유산 총액 기준 과세로 인해 상속인이 다수이더라도 최고 세율 구간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실효세율이 과중합니다. 예컨대 시가 30억 원의 아파트와 20억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피상속인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 3명이 상속받더라도 유산 총액 50억 원에 대해 최고세율 구간이 적용됩니다.

둘째,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 제약 문제입니다. 한국감정원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상속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68.3%에 달하며, 이 중 42%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상속 후 3년 이내에 처분되고 있습니다. 이는 자산의 최적 보유 기간과 무관하게 세금 납부 목적의 강제 매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셋째, 사전 증여와 사후 상속 간의 세부담 역전 현상입니다. 현행 체계에서는 10년 이내 사전 증여가 상속 재산에 합산되어 과세되므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자산 이전 계획 없이는 오히려 세부담이 가중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합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창희 교수는 이를 두고 "현행 상속세제가 부의 분산을 유도하기보다 오히려 자산 고착화를 촉진하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한국세법학회, 2025).

유산취득세 전환 시 부동산 세부담 시뮬레이션

유산취득세 전환이 실제 부동산 상속에 미치는 세부담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가 50억 원 부동산 자산(아파트 30억 + 상가 20억)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받는 경우를 가정합니다.

항목 현행 유산세 유산취득세(안) 절감 효과
과세표준 산출 유산 총액 50억 기준 각 취득분 기준
배우자(30억 취득) 합산과세 배우자 공제 확대 적용 대폭 절감
자녀 1(10억 취득) 합산과세 개별 누진세율 적용 약 40% 절감
자녀 2(10억 취득) 합산과세 개별 누진세율 적용 약 40% 절감
총 상속세 추정 약 14.5억 원 약 8~9억 원 약 38~45%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전환 시 상속인이 3명 이상인 경우 평균 30~45%의 세부담 경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배우자 공제 확대가 함께 이루어질 경우, 생존 배우자의 거주 안정성이 크게 개선되어 상속 후 강제 매각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자산승계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 — 5대 핵심 변화

1. 분산 상속의 전략적 가치 극대화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세부담이 분산되므로, 피상속인 생전에 상속 대상자를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해집니다. 손자녀에 대한 세대생략 상속(generation-skipping)이나 며느리·사위 등 인척에 대한 유증(遺贈) 전략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다만 할증과세 적용 여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2. 부동산 포트폴리오 재구성 필요성

상속인별 개별 과세가 적용되면, 부동산 자산의 물리적 분할 가능성이 자산 배분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됩니다. 단일 고가 부동산보다는 복수의 중소형 부동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상속세 최적화에 유리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는 서울 강남권 대형 아파트 위주의 자산 편중 패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3. 사전 증여 전략의 재설계

유산취득세 전환 시 사전 증여 합산 기간과 방식도 변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행 10년 합산 기간이 단축되거나, 합산 방식이 변경될 경우, 장기 분산 증여의 세제상 효과가 달라집니다. 실무적으로 검증된 접근법으로서, 증여 시점과 상속 예상 시점 간의 간격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타임라인 기반 자산 이전 계획이 필수적입니다.

4. 배우자 상속 전략의 중요성 부각

개편안에서 배우자 공제가 현행 5억~30억 원에서 상향 조정될 경우, 배우자에게 우선적으로 자산을 집중시킨 후 2차 상속에서 자녀에게 이전하는 순차적 승계 전략의 유효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가 시사하듯, 배우자 보호 강화는 유산취득세 체계의 핵심적 정책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5. 부동산 신탁·법인 활용 전략의 재평가

유산취득세 전환은 부동산 신탁이나 법인을 통한 간접 보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신탁 수익권의 상속인별 배분이나 법인 지분의 분산 상속 시 세부담 최적화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존의 법인 전환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이나, 법인 주식 가치 평가 방식의 변경 가능성도 함께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CSO 인사이트 · 용유미의 제언

유산취득세 전환은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라, 부동산 자산 보유·관리·승계 전략 전체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얼마나 적게 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자산을 구조화하느냐'에 기인합니다.

제가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제안드리는 핵심 전략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고가 단일 부동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분할 가능한 복수 자산으로 재구성하십시오. 둘째, 배우자 공제 확대를 활용한 순차적 2단계 승계 계획을 수립하십시오. 셋째, 개편안 확정 전 현행 제도 하의 사전 증여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판단하십시오.

시장의 비대칭 정보를 활용한 전략이 중요합니다. 제도 전환기에는 구 제도와 신 제도의 경과 규정(grandfathering clause)이 핵심 변수가 되며, 이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투자자만이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관망의 시간이 아니라, 전략 설계의 시간입니다.

향후 주시해야 할 제도적 변수

2026년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다음의 제도적 변수들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유산취득세 전환 시 세율 구간과 공제 체계의 최종 확정안입니다. 정부 검토안에서는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45%로 인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동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둘째, 경과 규정의 설계입니다. 신 제도 시행 이전에 개시된 증여나 상속에 대한 적용 기준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셋째, 부동산 가치 평가 방식의 변경 여부입니다. 유산취득세 전환과 함께 부동산 시가 평가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상속세 산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이번 상속세 개편은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래 가장 근본적인 체계 전환입니다. 장기적 자산가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부동산 자산의 보유 형태와 승계 구조 자체가 세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보유세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부동산 세제의 양대 축이 동시에 변화하는 이 시기에,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참고문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25). 「상속세제 개편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보고서 2025-08.

이창희 (2025). "유산취득세 전환의 법적 쟁점과 과제". 한국세법학회 조세법연구, 31(1), 125-158.

국토연구원 (2025). 「부동산 자산 세대간 이전과 시장 효과 분석」. 정책브리프 2025-22.

OECD (2024). "Inheritance Taxation in OECD Countries". OECD Tax Policy Studies, No. 28. Paris: OECD Publishing.

한국감정원 (2025). 「상속 부동산 처분 실태 분석」. 부동산 통계리포트 2025-03.

Beckert, J. (2023). "Inherited Wealth and Inequality: Cross-National Perspectives". Annual Review of Sociology, 49, 221-242.

기획재정부 (2025). 「상속·증여세 개편 추진 방향」. 보도자료 2025.09.15.